계단을 올라 자리에 앉았다. 안전벨트도 맸다. 달리기 시작했다. 정확히 ‘달리다’가 적당한 표현일까. 시속 25㎞의 속도다. 좌석의 쿠션도 거의 없는 듯했다. 탑승자로서 느끼는 속도는 시속 40~50㎞ 정도였다. 순방향이 아닌 역방향으로 앉아 있기 때문이었을까. 저속 운행하는 ‘제로셔틀’에 몸을 맏긴 지 얼마나 흘렀을까. 10여 분? 20분? 5.5㎞를 돌아 다시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 경기도자율주행센터로 돌아왔다.

◇ 제로셔틀 탑승…탑승 전보다 ‘만족’= 덜컹거리는 마차, 쿠션감 제로의 꼬마기차, 어린시절 놀이공원에서 타던 회전목마…. 제로셔틀에 대해 떠오른 짧은 단상이다. 탑승을 마친 뒤에는 탑승 전보다 ‘안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다양한 질문들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빨리’에 익숙한 일반 운전자들이 과연 제로셔틀의 시속 25㎞를 어떻게 받아들일까. 첨단, 융합, 기술로 대변되는 판교테크노밸리 도로 한가운데를 저속으로 달리는 제로셔틀에 대해 민원은 제기되지 않았을까. 곧 일반인 탑승이 이뤄진다는데 신청자들은 있을까.

“기술이 아무리 앞서가도 받아들일 수 있는 준비가 돼 있지 않으면 더는 발전할 수 없습니다. 4차산업혁명이라고 하죠. 이미 좋은 기술은 3차산업에서 다 이뤄졌고, 이를 삶 속에 어떻게 연결시키느냐가 과제죠. 기술을 제도가 따라가지 못할 수도 있고, 민간에서는 기술이 나의 일자리를 빼앗거나, 나를 위험에 처하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죠. 기술이 삶을 위협하는 존재라고 말이죠. 이를 사회적인 수용성이라고 하는데요, 정책 등 종합적인 성숙도가 만들어져야 기술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어요. 경기도자율주행센터는 그런 생태계를 만드는 역할을 하는 곳입니다.”

김재환 경기도자율주행센터 센터장의 말이다. 그는 제로셔틀을 연구·개발한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 소속 공학박사다.

◇ 체험 원하는 일반인에게 탑승 기회= 제로셔틀은 주기적으로 운행하며, 체험을 원하는 일반인들에게도 탑승 기회를 제공한다. 또한 그동안 축적한 노하우와 데이터를 바탕으로 자율주행 중소·스타트업들에게 기술 지원·이전을 추진한다. 이 모든 것은 지난달 31일 문을 연 경기도자율주행센터가 맡는다. 경기도자율주행센터는 판교 자율주행 실증단지(판교 제로시티)의 운영을 전담하고, 자율주행 실증 연구를 지원하기 위해 설립된 판교 제로시티의 컨트롤타워다.

지난 2016년 7월 국토교통부가 판교 일대를 자율주행 시범운행단지로 지정함에 따라, 도는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 경기도시공사와 함께 같은 해 10월부터 2021년 12월 완공을 목표로 이 일대에 자율주행을 시험·연구할 수 있는 ‘실증단지’를 조성해 왔다. 지난해 11월 판교 제2테크노밸리 1구역 1.6㎞ 구간을 구축한 데 이어, 올해 4월 판교 제1테크노밸리 7㎞ 구간을 더 확장함으로써 자율주행 실증을 위한 준비를 갖춘 상태다.

경기도자율주행센터는 자율주행 실증테스트를 지원하는 ‘통합관제센터’, 자율주행 빅데이터 수집 및 서비스를 지원하는 ‘데이터센터’, 자율주행 스타트업에 연구공간과 기술개발 등 육성을 지원하는 ‘비즈니스센터’로 이뤄져 있다. 이곳에서는 실증단지 내 IoT 시설물, 차량-사물 간 양방향 통신(Vehicle to Everything, V2X) 등 관련 인프라를 운영·관리하고, 자율주행 실증 테스트를 희망하는 기관 및 기업의 신청을 받아 V2X 단말기 대여, 관제 모니터링, 빅데이터 및 클라우드 서비스 등을 무상으로 제공한다.

출처 : [하이테크] '제로셔틀' 시속 25㎞ 자율주행… 4차 산업혁명 속도낸다 < IT.과학 < 경제 < 기사본문 - 중부일보 - 경기·인천의 든든한 친구 (joongb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