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7000여채 붕괴로 6000여명 사망

전문가 "건축비 4% 더 쓰면 내진 설계"

"지진에 견디는 내진(耐震)설계 잘못은 기본이고, 철근이 없거나 아예 속 빈 벽돌로 날림공사를 하는 등 80%의 학교에 문제가 있었다."

중국의 '5·12 원촨(汶川) 대지진'으로 학교 건물 7000여채가 붕괴되거나 부분 파괴돼 6000명 이상의 학생들과 교사가 사망했다. 왜 이렇게 학교 건물에 피해가 집중됐는지에 대한 원인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홍콩 명보(明報)는 27일 현장을 표본 조사한 전문가들의 분석을 빌려 "교사(校舍)가 마치 나무벽돌 장난감으로 지어진 것처럼 조그마한 충격도 버틸 수 없게 지어졌다"고 말했다.

국가지진국 연구소의 궈쉰(郭迅) 박사는 "베이촨(北川)현에서 붕괴된 학교 건물 10곳 중 2곳만 국가기준에 맞춰 건축됐다"며 "붕괴된 한 교사는 담장 두께가 12㎝로, 국가 규정 24㎝에 훨씬 못 미쳤다"고 지적했다.

몐주(綿竹)시내 푸신(富新) 제2초등학교를 시찰한 홍콩 이공대 초우캄팀(周錦添) 교수는 "규정상 3층 높이 건물을 지으려면 기둥 하나에 철근이 4개 이상 들어있어야 하는데 이 학교는 기둥이 모두 벽돌로 돼 있었고 벽돌 속까지 비어 있었다"고 말했다.

학교 40개가 무너진 스팡시의 원광더우(文光斗) 건설국장은 대다수 학교 건물이 1979년 당시의 허약한 내진설계 기준으로 세워졌기 때문에 규모 8.0의 강진에 모두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중국 교육부도 내진설계 기준을 핑계 대고 있다. 교육부의 왕쉬밍(王旭明) 대변인은 "청두(成都), 원촨 지역의 학교 건축물은 규모 7.0, 더양(德陽)은 규모 6.0의 지진에 견딜 수 있도록 지어져 이번처럼 규모 8.0의 지진에 버티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학교 건물 부실은 중국만의 현상이 아니다. 대규모 지진이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파키스탄·인도 등 개발도상국에서는 여전히 대다수 학생들이 내진 설계가 안 된 건물에서 수업을 받고 있다.

2005년 10월 규모 7.6의 강진으로 8만명이 사망한 파키스탄 발라코트에서는 학교 건물 7000여채가 무너져 어린이 1만7000여명이 숨졌다. 그러나 지금도 파키스탄 학교 건물의 80%가 지진 위험에 무방비 상태로 남아 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27일 보도했다. 인도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우타르 프라데시 주에도 최소 12만5000개의 학교 건물이 "안전하지 않다"고 '아시아 재난 대비 센터(ADPC)'가 말했다.

1991년부터 개발도상국 학교를 '지진으로부터 지키자'는 운동을 펼치고 있는 비정부기구(NGO) '지오해저드 인터내셔널(geohaz.org)'의 브라이언 터커(Tucker) 대표는 "건축비의 4%만 더 들이면 학교 건물에 내진 설계를 적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홍콩=이항수 특파원 hangsu@chosun.com]

자료출처 : 조선일보 5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