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니아 몰고다니는 IT기업
 
‘연예인만 팬 있나? 기업에도 팬 있다!’

애플, 구글, 닌텐도, 뱅앤올룹슨의 공통점은? 답은 마니아를 몰고 다니는 IT기업이다.

 

 아이폰 등 내놓는 제품마다 ‘광풍’을 일으키는 애플, 수많은 여성을 게임에 빠뜨린 닌텐도, ‘꿈의 오디오’로 불리는 뱅앤올룹슨 등의 사례를 보면 가히 ‘팬덤현상’이라 불릴 만하다. 흔히 알려진 이들 외에도 마니아를 거느린 국내 IT기업들도 하나 둘 생기기 시작했다.

  아직 국내에서는 생소하지만 해외에서 열혈 사용자들을 거느린 IT브랜드도 국내에 론칭하고 있다. 뱅앤올룹슨과 같은 덴마크기업으로 헤드셋만 고집스레 100년 넘게 만들어온 자브라. 20~30대 젊은 남성들의 사랑을 받아온 자브라도 한국에 지사를 설립, 내년초부터 국내 시장 공략에 본격 나선다. 자브라는 통화 중 갑작스러운 고음을 잡아주는 ‘펙스톱(Peskstop)’기능 등 음향기술로 헤드셋에서 탁월한 기술력을 자랑하는 브랜드. 뱅앤올룹슨의 디자이너인 자콥젠슨이 디자인에 참여, 흉내낼 수 없는 감각적인 디자인으로 더 유명하다.

 2000년 초 블루투스 헤드셋을 가장 먼저 내놓고 3세대(G)이동통신의 무선헤드셋 시장을 무섭게 잠식하고 있다. 20만~40만원대로 고가지만 마니아들은 커뮤니티 등을 형성, 신제품이 나오기만을 기다릴 정도. 국내에서는 내년초 백화점 등 오프라인 매장에서 선보인다.

 

 국내에서도 ‘팬덤기업’사례가 웹 2.0 기업을 중심으로 생겨나고 있다. 블로그 열풍의 중심에 있는 태터앤컴퍼니. 쉽고 편리하게 블로그를 만들 수 있는 블로그 소프트웨어인 ‘태터툴즈’를 서비스하고 있다.

 

 이 회사의 곁에는 ‘태터앤프렌즈’라는 사용자 지원 커뮤니티가 든든히 버티고 있다. 지난해 초, ‘민재아빠’라는 블로거가 여러 블로그를 돌며 ‘태터앤컴퍼니 지원 모임을 만들자’는 비밀 댓글을 달자 20여명이 모였던 것이 그 시작. 2년이 채 안 돼 1800여 명이 넘는 조직으로 발전했다.

  지난해 6월 사용자들이 만든 ‘태터네트워크재단’은 태터툴즈 오픈소스 활동을 펼쳐, 자타가 공인하는 국내 최고 오픈소스 커뮤니티로 자리잡았다. 이 모든 활동은 사용자들이 자발적으로 벌인다.

 

 검색툴을 개발 중인 엔씨소프트의 오픈마루 스튜디오 역시 별다른 홍보 없이 열혈 블로거들을 통해 인지도를 키워가고 있다. 노정석 태터앤컴퍼니 공동대표는 “이번 협업은 공급자와 소비자가 한데 어울려 만들어 낸 공동 가치 창출 사례”라며 “사용자가 곧 개발자, 기획자가 되면서 단순히 회사와 사용자 모임이라는 관계를 넘어 비전을 공유한 집단으로 커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에는 팬보다는 안티가 생기기 더 쉽다. 그만큼 마니아를 거느리기 어렵다는 방증. 애플, 구글, 닌텐도 등 이들 기업의 공통분모는 각자 영역에서 기본에 충실한 제품만을 선보여왔다는 것. 단기적인 수익에 기대기보다는 장기적인 비전을 명확히 가지고 있는 회사들이기도 하다. 업계 관계자는 “수많은 제품 사이에서 소비자들이 이들 제품을 맹신하는 이유는 기본에 충실하면서도 제품에 그들만의 미학 혹은 문화를 불어넣으며 감성적인 공감대를 만들어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권선영 기자(kong@heraldm.com)
 
자료출처 : 헤럴드경제